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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과 유학

영어권 출신인데도 엑셀레이티드 영어 수업은 못 들었다고요?

by shiloh-S 2025. 4. 30.

미국 중학교 영어 과목 편성의 현실과 그 속에서 찾은 기회

딸아이는 6학년 때 미국에 왔습니다. 이전까지는 영어권 국가에서 유치원부터 정규 학교를 다녔고, 언어도 영어로 수업을 받아왔기에 영어 실력에는 별 걱정이 없었죠. 미국에 와서도 모든 과목이 비교적 쉽게 느껴졌고, 특히 영어 수업은 오히려 너무 쉬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7학년으로 올라갈 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엑셀레이티드(Accelerated) 반? 영어 과목은 다른 기준이 있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Accelerated 반이나 Honors 반 배정은 꽤 명확했습니다.
성적, 학습 이력, 교사 추천, 수학 선행 여부 등 객관적인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을 충족하면 상위 반 배정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영어 과목은 달랐습니다. 학교 측은 영어 Honors 반에는 배정해 줄 수 있지만, Accelerated 반은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었죠. 그 이유는 간단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딸아이가 미국에서 5학년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마지막 시험(standardized assessment) 기록이 없어서 배정이 불가합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더라도, 데이터가 없으면 시스템 안에 넣을 수 없다는 현실.
사실상 '영어 실력'보다는 '미국 내 학업 기록'이 우선되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절차적인 벽은, 이민자 가정에서 종종 마주치는 부분이기도 하죠.

ESL은 건너뛰고 바로 정규 수업, 그리고 Honors English 수강

다행히도 딸아이는 별도의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밟지 않고 바로 정규 ELA(English Language Arts)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교사의 추천과 인터뷰를 통해 Honors English 반으로 배정되었고, 현재까지도 해당 반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Honors 반에서는 일반 수업보다

  • 문학 작품의 깊이 있는 해석
  • 비판적 글쓰기(Critical Writing)
  • 텍스트 기반 토론 및 에세이 작성
    등이 강조됩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는 듯했지만, 결국 본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드는 아쉬움과 기대

이제 곧 딸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미국에서의 첫 3년이 끝나가는 지금, 다시 돌아보면 엑셀레이티드 반을 듣지 못했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딸아이가 겪은 그 작은 ‘절차적 벽’ 덕분에 스스로 실력을 증명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더 많은 선택과 기회가 열립니다.

  • AP English
  • College Writing
  • Creative Writing
    등 다양한 상위 과목들이 존재하고, 학생 본인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지죠.

이민 가정, 영어권 배경이 있는 아이에게도 필요한 정보

이 경험을 블로그에 적는 이유는,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다른 학부모님들께 정보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자녀가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도, 미국 교육 시스템은 그것을 자동으로 반영해주지 않습니다.
특히, 5학년 말~6학년 초 미국 내 표준 시험 결과는 중학교 반 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당 시기 이전에 이주를 고려 중이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 영어 과목에서의 성장도 하나의 여정입니다

딸아이는 결국 엑셀레이티드 영어 수업은 듣지 못했지만, 대신 자신의 실력으로 Honors 영어 수업을 이수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험 점수’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로 글을 쓰고, 타인의 생각을 듣고 나누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영어 과목도 결국, 실력을 쌓는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
그리고 아쉬움 속에서도 계속 기회를 찾아가는 우리 아이의 모습에, 부모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